[제8화] 욕망의 수호천사 (6)
치열한 전투 후, 그리피스는 가츠에게 말했습니다.
“무자비한 신을 위한 순교라... 정말 헛고생이지... 전장에서 일개 병졸의 목숨은 은화 한닢푼의 가치도 없지. 지금 세상 반수의 인간의 목숨은 한줌의 귀족과 왕족들에게 휘둘리고 있어. 그래... 그 국왕조차 자기 멋대로 사는 건 아니겠지만... 모두들 큰 흐름에 떠내려가고 있을 뿐이야... 운명이라나 뭐라나 하는 녀석에게... 그리고 모두 사라져가는 거야. 목숨을 전부 써버리고... 자신이 누군지조차 알지 못하고... 이 세상엔 정해진 신분이나 계급같은 건 상관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열쇠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지... 그것이야말로 우주의 황금률이 정한 진정한 특권계급... 신의 권력을 얻은 자다!! 난 알고 싶어!! 이 세계에 있어서 난 무엇인가... 누구이며... 뭘 할 수 있는가... 뭘 하도록 정해져 있는지...”
“신기하단 말야... 이런 얘길 하는 건 네가 처음이야...”
그러한 그리피스에 대해 가츠는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남자는 아름답고 기품있는 절대적 존재로 비쳐졌다.’
“뭐 해!! 꾸물거리지 마!! 그러다간 네 소중한 친구에게도 이거(낙인)랑 똑같은 게 새겨진다... 그게 싫으면 어서 이 팔을 움직이게 해!! 넌 할 줄 아는 게 그거 뿐이잖아!!”
“왜 그러지, 백작? 뭘 망설이고 있지? 이대로면 한 시간도 안 지나서 네 생명의 불꽃은 꺼진다... 넌 이미 우리 족속... 죽어도 저승에서 편히 잠들 순 없어... 잘봐라 백작.”
“맞다, 백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이건 지옥이다!! 백작, 그대의 혼의 파동은 한없이 마에 가까워... 육체가 소멸되면 혼은 마의 파장에 잡혀 분명히 지옥으로 떨어질 거야... 그리고 영겁의 세월을 사념의 단지에서 방황하겠지... 결국 넌 자아라는 개채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물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듯... 혼의 바다에 녹아들어 하나가 될 것이다... 그게 마와 관계된 자의 운명...”
“백작, 네게 남겨진 깊은 뜻... 다시 소생하여 마와 함께 살며 마와 함께 존재해갈 것인가, 그 존재를 마에 흡수당해... 무로 되돌아 갈 것인가! 단 한 마디... ‘제 딸을 제물로 바치겠소’라고 말하기면 하면 돼!! 그럼 낙인은 네 딸에게 새겨지고... 저 애는 마의 것이 된다...”
‘...추워... 몸속의 피가 전부 흘러나간다... 난 죽는 건가... 이렇게 추하고 더러운 괴물의 부스러기인 채... 그리고 저 소용돌이 속에서... 영원히...? 싫어... 싫어...!! 죽는 건...!! 싫어...!!’
이때 백작의 눈에 눈물을 흘리는 딸의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순간 백작의 목숨은 끊어졌고 고드핸드는 ‘인과율의 실은 끊어졌다’고 말합니다.
곧이어 원한에 싸여있는 악령들이 백작을 지옥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파크는 그 망자들 사이에서 바르가스를 발견합니다. 백작은 지옥으로 끌려가는 순간 속에서도 딸인 테레지아를 불렀습니다.
백작이 끌려간 후, 망자들은 가츠를 발견하고 가츠에게 달려들어 가츠를 끌어올려 데려가려고 하였습니다. 가츠는 왼손의 대포를 그리피스를 향해 쏘았습니다.
대포는 그리피스를 향해 날아갔지만 그리피스를 둘러싼 보호막으로 인해서 도중에 폭발했습니다. 순간 차원의 문이 닫히고 그리피스와 고드핸드는 사라집니다. 성 밖에서 사람들이 보았던 하늘의 구멍도 사라졌습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순간, 테레지아는 그동안 겪었던 공포스러운 순간을 기억하면서 괴로워합니다. 테레지아는 울면서 현실을 부정합니다.
“돌아가게 해줘... 내 방에... 날 방으로... 돌아가게 해줘!! 이런 곳에 있고 싶지 않아!! 이런 곳이라면... 이러러면... 죽는 게 나아...”
“...그럼... 죽어.”
“...너무해 가츠... 테레지아가 어떤 마음인지... 너도 알거 아냐!?”
가츠는 테레지아에게 말합니다.
“그러니... 죽지 그래? 끝내버려? 그렇게 싫으면... 뭐 간단한 거야. 그걸로(단도) 슥 그으면 돼... 그걸로 끝이야... 싫은 일일랑은 안녕이지... 너라면 천국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지옥이 좋아? 아버지, 어머니랑 만날 지도 모르니... 네 목숨이다. 네 맘 대로 해...”
이 말을 들은 테레지아가 단도를 들고 자신의 손목에 대고 그으려고 합니다. 파크가 그러한 테레지아를 말립니다. 이때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테레지아가 밑으로 떨어지려고 하였고 순간적으로 가츠가 들고 있는 커다란 검을 붙잡게 됩니다.
가츠가 검을 움직여서 테레지아는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됩니다. 테레지아는 이제 가츠를 원망합니다.
“당신이 여기 와서... 당신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당신만...”
“그 눈을 보니... 이미 죽을 맘은 없나보지... 뭐 그것도 좋겠지!?”
“죽이겠어... 악마... 언젠가 반드시... 죽일테야!!”
가츠는 테레지아에게 대답합니다.
“그래... 언제라도 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