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천항로] 제1장. 탐욕의 땅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의 뒤편에는 과연 무엇이 숨어있을까?
<창천항로>는 역사상 최고의 악인이라 평가되던 조조 맹덕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스스로 하늘의 뜻에 따랐다고 말하는 조조의 파란만장한 삶의 기록, <창천항로>는 우리에게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줄 것이다.
예부터 하늘은 위대한 그 자체라 불리워 왔다. 그러나 평범한 우리들에겐 그다지 와닿지 않는 말이다. 이해하기 힘들지만... 다만 손가락의 위대함만은 우리도 알 수 있다. 밥을 입으로 옮겨주는 것이 손가락이다.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구를 이뤄주는 것도 손가락이다. 아름다운 여인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것도 손가락이다. 손가락으로 곡식과 과일, 생선을 잡을 수 있다. 귀중품, 보석 등을 그 손가락에 넣어 화려하게 장식할 수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손가락, 그 손에 검을 쥐면... 천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공자는 오늘날까지 중국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유교사상의 선각자이다. 그의 가르침 중에 ‘탐’이라는 상상속의 동물이 나온다. 그 동물의 특징은 첫째 몸집이 거대하다는 것, 게다가 욕심도 많다는 것이다. 그것은 뭐든지 먹어치워버리는 속성이 있어 흙이든, 광물이든, 산, 바다 할 것 없이 먹어버린다. 물론 인간도 예외가 아니며 인간의 창조물마저도 해치워 버린다. 맛과 모양에 상관없이 무조건 배 속에 처넣는다. 탐욕적이고 추악하며, 그 끝을 알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한계를 모른다. 만족이란 단어 조차 그에겐 없다... ‘탐’은 어둠만을 남긴다. 그리하여 無가 된다. 욕망의 끝인 것이다.
이 땅 위에 존재하는 무수한 인간군상들. 그 중에... 악인이라 불리워진 자들은 진정으로 악한 자들일까? 또 선하다고 불리우는 자들은 진정 선한 것일까? 역사란 ‘선’과 ‘악’만으로 결코 구분할 수 없다.
2천년 세월 동안 수많은 세상 사람들에게 악인이라 불리워졌던 인물. 그의 악명은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로 퍼져나갔으나... 그 어떤 비난에도 굴하지 않았던 사나이. 그가 바로 조조 맹덕이다.
역사서 「삼국지」의 저자 진수는 조조를 ‘파격적인 인간’이라 칭했다. 이는 보통사람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 즉 ‘영웅’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누구나 손가락이 있다. 지시하다, 지적하다, 지령하다, 지도하다... 모두 손가락 지(指)자로 되어 있다. 수천년 전부터... 많은 역사적 인물들을 배출한 중국인들에게 그들의 영웅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 모택동의 초상화를 가리킨다. 모택동은 꿈 많던 청년 시절에 대륙을 여행했다. 8억명의 사람들이 평화롭게 잘 살 수 없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것이 젊은 그의 고민이었다.
후에 그는 손가락으로 모든 일을 지시했다. “해로운 새다” 그 한마디로 참새는 전멸되었다. 그러나 그 참새의 먹이였던 해충들이 급증해 중국 대륙은 기근에 허덕이게 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그때 4천만명이 굶어 죽었다고 한다. ‘영웅’의 손가락이 초래한 비극적인 결과였다.
본디 중화사상(中華思想)이란 권력자가 만들어낸 하늘 아래 사람이 있다라는 사상이다. 그리고 중국을 이끌어 온 힘은 ‘무’(武) 즉 검이었다. 상식이나 이상, 논리보다는... 오직 검으로써 권력을 잡고 중국의 현실과 아시아이 운명을 결정했다. 물론 권력을 손에 넣는 것은 검을 쓰는 자만은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권력 앞에 다가섰었다. 권력이 갖고 있는 그 화려한 마력이 그들을 유혹했던 것이다. 그러나 권력이란 양날의 검과 같다. 인간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바로 검이다. 혹 권력자가 검의 올바른 사용법을 모른다면... 궁중에서 내시와 외척세력이 날뛴다면 권력은 어떻게 되는가?
올바른 이들은 계략에 빠져 하나 둘씩 사라지고... 관직이 돈으로 매매되며... 도둑이나 사기꾼이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실권을 잡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 나라는 병들고... 백성의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이것이 바로 ‘난세’다.
역사는 세 명의 사나이를 중국 대륙에 태어나게 했다. 돗자리를 짜는 사나이. 장군의 아들. 그리고 내시의 손자. 바로 촉나라의 유비 현덕, 오나라의 손권 중모, 그리고... 위나라의 조조맹덕... 영웅의 출현이었다. 조조 맹덕은 이 세사람 중 세인들에게 가장 흥미를 유발시킨 영웅이다. 당시의 모든 상황은 그를... 영웅의 길로 내닫게 했다...
때는 서기 165년경 후한의 수도 낙양... 아만... 훗날의 조조 맹덕은 할아버지인 중상시 조등을 찾았다. 조등은 조조의 아버지인 조숭을 위해 힘겹게 마련한 소중한 문서를 전달하라고 한다.
“흠... 네 아비도 너처럼 패기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내시인 내가 후사를 위해 네 아비를 양자로 삼았지만... 본인이 출세할 욕심을 가져야 하거늘... 그래도 뒤에 너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너는 뜻을 크게 품어야 하느니라... 그러나 아만아, 너의 그런 패기도 중요하지만, 사려깊은 행동 또한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요즘 들어 성안에 도적이 들끓고 있어 위험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고 하더구나.”
이러한 조등에게 조인이 나서서 자신이 아만(조조)를 지키겠다고 한다. 조인은 길을 걸어가면서 조조에게 조등의 행동이 별로 옳지 못하다고 말한다.
“네겐 미안한 얘기지만 난 네 할아버님의 행동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돈을 받고 능력도 없는 이들을 지방관직으로 추천하다니... 그렇게 해서 모은 돈으로 중앙관직을 산다는 거야. 소문에 의하면 네 할아버지는 정가보다 10배나 더 내고 사신 모양이다.”
아버지인 조등에게 건네주는 문서가 1억전이나 하는 물건이라고 말할 때 지나가는 사람은 조조를 흘깃 처다본다.
조인은 조조의 아버지인 조등이 그런 치사한 방법으로 출세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냐고 묻는다. 그러나 조조는 자기 아버지가 교양도, 능력도 다 갖춘 분이기에 높은 자리에 오르면 더 큰일을 하실 거라고 대답한다.
길을 가다가 누군가가 쓰러져서 도우려고 하는 조조와 조인은 그에게 습격을 받는다.
사람을 크게 하는 것은 호기심과 지혜 그리고 패기이다. 또한 인간의 혼을 사로잡는 것은 빛이 아닌 깊은 어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