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욕망의 수호천사 (2)
가츠는 베헤리트를 보고 흥분해서 그것을 어디서 얻었느냐고 다그칩니다. 그 사나이는 백작에게서 훔쳐온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사나이는 자신의 이름은 발가스이며 원래 성의 의사였다고 밝힙니다. 발가스에 의하면 백작이 7년 전에 베헤리트를 손에 넣으면서 변했다고 말합니다.
“녀석은 마치 인현을 다루듯 인간을 산채로 베어내기 시작했어. 자르고 비틀고 그리고는... 먹어버렸지. 사교도들 사냥도 보다 많은 인체를 얻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아... 난 백작의 그 장난에 끼어야 하는 걸 견디지 못하고 처와 두 아이를 데리고 성을 빠져나오려 했지. 하지만 도중에 들켜 투옥되고 말았어. 그리고 녀석은 내 몸을 베어내더니... 내 눈 앞에서 처와... 자식을...”
발가스는 백작이 자신의 눈 앞에서 처와 자식을 먹어버렸다고 말합니다. 당시에 발가스는 처와 자식들 생각보다 공포의 노예가 되어 어쩌지도 못했고, 자신 혼자서 약을 써서 죽은 척하다가 빈틈을 타서 베헤리트를 훔쳐서 성을 빠져나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후 7년간 온갖 종교, 신, 마도에 대해 연구를 했지만 베헤리트에 대한 실마리는 잡히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가츠는 베헤리트가 열쇠라고 말합니다.
“이 세계와 겹쳐져 있는 또 하나의 세계의 문을 열 열쇠... 태고부터 어둠의 역사를 지배해온 다른 차원세계의 괴물들... 5명의 고드 핸드를 불러내는 열쇠다.”
한편 가츠의 발길질로 인해서 얼굴에 상처를 입은 존더그는 가츠에 대한 분노로 상당히 흥분해 있었습니다. 이때 백작이 존더그가 있는 곳에 방문을 합니다. 존더그가 검은 검사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있던 백작은 모두 방에서 물러나라고 명령을 합니다.
사람들이 방에서 나간 뒤에 백작은 가츠에 대한 분노로 혼자 자해까지 하고 있는 존더그의 목을 붙잡고 검은 검사가 밉냐고 물어봅니다. 존더그는 가츠를 죽일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고 말했고, 백작은 그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합니다. 백작은 자신의 분신을 받아들이라고 말하였는데, 백작의 입에서 괴물이 나와서 존더그의 입으로 들어갑니다.
이때 검은 검사가 있는 곳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백작은 병사들을 아무리 보내봤자 검은 검사를 막을 수는 없다고 하면서 존더그를 불러냅니다. 이미 존더그는 예전의 존더그가 아니었으며 그의 모습을 본 부하들은 상당히 놀랍니다.
한편 요정 파크는 베헤리트를 살펴봅니다. 가츠는 베헤리트가 살아있지만, 아직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가츠는 발가스에게 백작이 베헤리트를 어떻게 손에 넣었냐고 물어봅니다. 발가스는 우연이라고 대답합니다.
“우연히 성에 들른 떠돌이 상인에게 사들였어. 상인들도 그게 뭔지는 몰랐지... 단지 동방 어딘가의 마을에 있는 골동품 시장에서 사들였다더군.”
발가스는 가츠에게 성의 지도를 보여줍니다.
“성에는 백작 말고는 극소수 밖에 모르는 탈출용 통로가 있어. 잘만 간다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중앙까지 들어갈 수 있을거야... 나도 따라가고 싶지만 이 몸으론... 따라가야 걸리적 거리기만 할 거야... 부탁이야... 난 7년 동안 이날을... 당신 같은 남자가 나타날 날을 기다려 왔어!”
“기분 나쁘다구... 멋대로 날 건드리지 마!! 너, 거울이나 본 적 있냐? 네 꼴이 정상인 것 같냐? 네 상대를 해야하는 사람 생각도 해보라구!”
파크가 가츠에게 말을 함부로 하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고 따지지만, 발가스는 백작만 죽여준다면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가츠는 발가스의 원수를 갚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백작을 죽이려는 점은 다를 바 없다고 말합니다.
이때 갑자기 존더그가 벽을 부수며 들어옵니다. 존더그의 공격을 받은 가츠는 존더그가 예전과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순간 자신의 목 뒤에 있는 낙인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감지한 가츠가 존더그에게 결국 인간이길 포기한 것이냐고 묻습니다.
존더그가 가츠를 향해 공격할 때 가츠가 검을 휘둘러서 존더그의 오른팔을 잘라버립니다. 그러나 존더그의 잘린 오른팔에서 숙주 같은 것이 재생되었습니다.
가츠는 다시금 검을 고쳐잡고 자세를 잡았습니다. 존더그의 마구잡이 공격으로 집의 기둥이 무너지면서 파크가 깔릴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때 발가스가 자신의 몸으로 파크를 보호해 주었습니다.
발가스는 존더그의 공격이 너무 빨라서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하지만, 파크는 그러한 존더그의 공격을 가츠가 전부 되받아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가츠는 기회를 봐서 존더그의 얼굴을 향해 검을 휘둘렀습니다. 머리의 반쪽이 날아갔는데도 존더그는 여전히 가츠를 공격하려고 하였고, 머리에서 백작의 분신이 솟아나왔습니다. 백작의 분신은 가츠에게 말합니다.
“훌륭하다... 검은 검사여... 검은 검사... 대단하구나... 인간치고는...”
“훌륭하다... ‘힘’, ‘기술’, 모두 극한까지 단련되어 있군... 네놈을 이길 수 있는 자는 그리 많지 않겠어... 인간이라면... 인간인 한... 그게 네놈의 한계다!!”
그러나 가츠는 방의 천장을 지탱하는 기둥을 무너뜨려서 존더그(백작의 분신)를 밑에 깔리게 합니다. 이때 발가스가 비상구를 통해서 가츠를 피신시킵니다.
가츠는 존더그가 백작에게 기생당해서 뇌와 육체를 빼앗겨 버린 거라고 말합니다. 가츠는 발가스와 헤어지기 전에 베헤리트를 자신에게 건네달라고 말합니다.
“건네주겠어? 베헤리트를... 백작을 죽이는 보수라 생각해. 네가 그걸 가지고 있어봐야 아무 쓸모도 없잖아?”
“...아저씬 좋은 사림이네. 처음엔 기분 나빴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인간은!!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 저... 살아가는 방식같은 거 잘 모르지만... 복수보다... 그 후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가 더 소중할 거 같아요...”
“잠깐, 가츠! 너무하잖아!! 베헤리트를 받자마자 바이바이라니... 적어도 안전한 곳에는 데려다주고... 어째서...! 도움을 받았잖아!! 성을 빠져나가는 길도 가르쳐 줬고... 베헤리트도...!!”
그러한 파크에게 가츠가 대답합니다.
“그정도는 나 혼자서도 어떻게 해볼 수 있어. 뭐... 이건(베헤리트) 고맙지만. 안주면 힘으로 빼앗을 셈이었지...”
파크는 가츠에게 백작을 없애겠다는 마음이 같으니 동료가 아니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가츠는 냉정하게 대답합니다.
“하하하, 동료... 내가 녀석이랑?! 농담하냐? 천만의 말씀이다. 그딴 구더기랑... 짜증난다구. 아무 도움이 안되는 녀석이랑 친구 취급을 당하면... 귀찮아질게 뻔하니까...”
가츠는 파크도 마찬가지로 귀찮은 존재라고 말합니다. 이때 그들은 사람들의 대화를 듣게 되는데, 또 다른 처형이 있을 것이며 처형의 대상자는 발가스라고 합니다.
파크는 가츠에게 발가스를 구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가츠는 계속 파크의 말을 씹었고, 파크는 더 이상 부탁하지 않겠다고 말하고는 가츠를 떠납니다. 가츠는 ‘원수를 갚아달라고 부탁했던’ 발가스를 떠올리면서 벽을 주먹으로 가격합니다.
성에서 발가스에 대한 사형집행이 준비되어 있었고, 백작은 발가스에게 심문하지 않고 그냥 처형하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백작은 발가스가 베헤리트를 갖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받고는 검은 검사가 가지고 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파크는 어쩔줄 몰라하다가 주변에서 사형집행 장소를 보고 있는 가츠를 발견하고 반가워합니다. 그런데 가츠는 자신이 발가스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그냥 구경하러 온거라고 파크에게 말합니다.
“착각하지마...!! 난 구경하러 온 것 뿐이야. 녀석의 최후를... 봐라. 저 성문 뒤... 처형대에 다가가면 수백명이 달려들려고 준비해둔 거야. 그걸 알면서도 뻔뻔스럽게 나설 정도로 잘난 인간이 못돼, 난. 그렇게 걱정되면 도와주지? 네가.”
파크는 자신이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말하였고, 가츠는 그러면 떠들지 말라고 냉정하게 말합니다.
“녀석도 마찬가지야. 보통 인간이... 그것도... 검도 못 다루는 녀석이 저런 괴물에게 덤비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야... 야심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야. ‘죽음’을 원하는 거라면 그 대가가 큰 것도 당연하지. 지나치게 큰 야심의 대가는... 파멸이지...”
‘또... 또야... 언젠가처럼... 감정이 흘러들어온다...!! 뜨거워!! 어둡고 격한 감정이 부딪쳐온다!! 자학적이고 파괴적인...!! 마치 새까만 마그마같아...!! 이게... 이게... 가츠의 힘의 원천...?!’
가츠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쓰레긴 쓰레기답게 살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러한 가츠에게 파크가 무섭냐고 묻습니다.
“아저씨가...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려 한 저 사람이... 무서운 거 아냐? 저 사람과 자신이 똑같다는 걸 인정하는 게... 자신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려고 한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무서운 거 아냐...?”
그 말을 듣고 피식 웃는 가츠에게 파크는 다시 말합니다.
“그럼, 그럼 여기 왜 온 거야?! 정말로 아무 상관없다면 여기 올 리 없잖아?! 그렇게 아저씨가 싫으면...!!”
가츠는 파크를 한손에 움켜쥐면서 말합니다.
“시끄러운 녀석이군. 엘프가 인간처럼 잘난 척 하는 게 아냐.”
파크는 가츠의 손을 물고서 가츠의 손에서 벗어납니다.
파크는 발가스에 대한 사형집행을 바라보는 군중들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머... 머리가 깨질 것 같아... 공포, 분노, 슬픔, 죄악감... 수천수백의 광기가 뒤섞여있어...!!’
사형집행인이 도끼를 들어 발가스의 목에 내려치려는 순간, 파크는 자신이라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형집행인을 향해 날아갑니다. 그러나 파크는 사형집행인의 도끼에 부딪히고 바닥에 떨어집니다. 빨리 사형집행을 하라는 백작에게 발가스가 말합니다.
“안타깝군... 네놈이 네 피바다에서 뒹구는 걸 이 눈으로 못보는게... 네놈의 시신을 수천 수백의 망자와 함께 지옥으로 끌고 들어갈거다!! 네놈에게도 가까운 시일내에 파멸이 다가올거다!!”
“검은 검사여...!! 부탁한다!! 반드시 이 악마의 목을 우리에게 바쳐다오...!! 반드시 우리들 앞에...!!”
이 말을 마지막으로 발가스의 머리는 잘려졌으며, 가츠는 그곳을 조용히 떠나려고 합니다. 이때 가츠의 목 뒤의 낙인에서 통증을 느꼈고 골목 저편에서 흉측한 괴물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게 됩니다. 흉측한 괴물의 얼굴은 어느 순간 발가스의 얼굴로 보였고 이내 사라집니다.
한편 사형집행을 성 위에서 바라보는 소녀가 있었는데, 그 소녀는 백작의 딸이었습니다.
성 밖에서 발가스의 시신을 처리하려는 사람이 발가스의 머리를 한 손에 들었을 때, 가츠가 그에게 나타납니다.
가츠는 시신을 처리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제거하였습니다. 그리고 발가스의 머리를 보고 가츠는 말합니다.
“눈빛 하나 죽이는군... 원한이 가득 담겼어... 난... 좀더 잘 해낼거다.”
“웃기지 마!!! 난 너희와는 달라!! 네놈들은 죽었어!! 아무 의미없이 벌레처럼!! 죽은 녀석들은 닥치고 있어!! 이건 나의 싸움이야!! 피와 육체를 지닌 이 몸의!!”
‘내가...!! 내 피와 육체로 녀석을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