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낙인
요정 파크는 가츠가 간 길을 따라갑니다. 외길이니까 다른 길로 갔을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결국 가츠를 발견합니다. 파크는 가츠에게 자신의 이름이 ‘파크’라는 것을 알려주고 가츠를 계속 따라다니겠다고 말하지만, 가츠는 별로 달가워하는 눈치가 아니었습니다.
“미안하지만 난 애완동물을 키울 생각 없어. 그리고 말해두는데, 난 싫어. 네놈들 엘프라는 족속들이...”
“약하니까... 열받는단 말야. 약한 것들은 보고 있으면 비틀어 부숴버리고 싶어져.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 입만 살아, 사람 주위를 파리처럼 날아다니고... 박살내버리고 싶어지거든 ‘파직’하고...”
이 말을 남기고 가츠는 다시 홀로 떠납니다.
길을 가던 가츠에게 마차를 몰던 노인(신부)이 태워주겠다고 합니다. 가츠는 거절하면서 자신이 거절하는 것은 노인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난 악령에게 쫓기고 있거든. 그것도 떼거지들에게...”
“그건 걱정말게. 내겐 신이 있어. 그리고 ‘행복의 정령’도...”
신부가 말한 ‘행복의 정령’은 바로 엘프인 파크였습니다.
결국 가츠는 마차를 타게 됩니다. 신부와 함께 있던 소녀가 집에서 만든 포도주를 가츠에게 건네줍니다.
노인은 가츠가 갖고 있던 칼에 관심을 보이면서 가츠가 용병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노인은 사람을 죽이고 돈을 받는 것은 맘에 내키지 않는다고 말하며 인과응보가 돌아올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조카도 검으로 이름을 날리겠다고 하며 집을 뛰쳐나갔다고 5년 전에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말합니다.
“내 조카도 검으로 이름을 날리겠다며 집을 뛰쳐나갔거든. 5년전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지. 이름도 없는 일개 병사로... 살아있다면 터전을 잡고, 나름대로의 행복을 얻을 수도 있었을텐데, 어리석게도...”
“뭐 어때. 무슨 일이든 하고싶은 대로 하고 죽은 거잖아? 행복한 거야, 그 녀석은... 어차피 죽으면 그걸로 끝이야. 그 뒷일은 없는 거지.”
피곤한 가츠는 잠깐 자겠다고 하였고, 눈을 감은 가츠에게 소녀가 감기걸릴지도 모른다며 천을 덮어주었습니다.
가츠는 꿈 속에서 옷을 다 벗은 상태에서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습니다. 목 뒤에 있는 낙인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한참 도망치던 가츠는 바닥에 솟아있는 꼬챙이에 발이 찔립니다. 그러한 가츠를 향해 흉측한 괴물이 가츠를 향해 접근하였습니다.
비명을 지르면서 (가츠 바로 앞에 있는) 괴물을 잡아서 내던지는데, 그 괴물은 자고 있던 파크 옆에 떨어졌고, 그 괴물을 본 파크가 비명을 지르면서 소녀도 잠에서 깼습니다.
가츠는 그 괴물이 ‘인큐버스’(몽마)이며 사람에게 악몽을 꾸게 해서 그 ‘공포’를 먹어치우는 악령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목 뒤에 있는 낙인이 악령을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이때 낙인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본 가츠는 마차에서 내리면서 사람들에게 마차에서 나오지 말라고 말합니다.
“나오지마!! 인큐버스(몽마)란 녀석은 원한을 남기고 죽은 인간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나 채액이 섞여 태어나는 거야... 즉, 이 주변에는 참수라도 당한 산적 따위의 시체가 얼마든지 굴러다닐테니... 유령이란 것들은 그런데 달라붙어 습격해 온다구.”
이때 갑자기 마차를 모는 말들이 흥분해서 날뛰기 시작했고, 그 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마차에서 소녀가 내립니다. 가츠는 소녀에게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소리를 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소녀(코레트)는 꼬챙이에 찔려 쓰러지고 주변에서 악령들이 마차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악령들은 이미 죽은 것이기에 이길 수 없어서 도망쳐야 한다고 파크가 말하지만, 가츠는 도망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이런 일이 항상 있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가츠의 거대한 검이 휘둘러지면서 악령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기 시작합니다.
가츠가 싸우는 것을 구경하던 파크는 갑자기 신부의 비명을 듣게 되고, 가츠를 다급하게 부릅니다. 꼬챙이에 찔렸던 소녀가 칼을 들고 있었고 그 소녀의 손에는 신부의 잘린 머리가 들려있었습니다.
놀란 가츠에게 다가선 소녀가 칼로 가츠를 찌릅니다. 이때 순간적인 반응으로 가츠가 검을 휘둘렀고, 소녀의 몸이 두 동강이 나버립니다.
뒤이어 악령들이 가츠를 향해 공격하였는데 가츠는 (자신이 소녀를 죽였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듯이) 구토를 하면서 악령들과 싸우기 시작하였습니다.
날이 밝으면서 파크는 모든 악령을 쳐부수고 지쳐있는 가츠를 발견합니다. 소녀의 시신을 멍하게 바라보는 가츠에게 파크는 가츠의 탓이 아니라고 말해줍니다.
그 말을 들은 가츠는 갑자기 실성한 듯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큭큭... 그래. 물론이지... 말했지. 타인의 싸움에 말려들어 죽는 녀석은 얼간이라고. 자기 목숨조차 맘대로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저 두사람에겐 ‘나라는 재앙’에서 몸을 지킬 힘이 없었던 거지. 그거 뿐이야. 개미를 밟아 죽인 것까지 신경쓰다간... 걸을 수도 없다구...”
“헛수고야. 도망칠 순 없어. 어디에서나 우린 네 곁에 있다... 언제나 네 곁에... 도망칠 순 없어. 언제나 지켜보고 있어... 넌 내꺼다. 우리들의 거야. 당신의 피도 살도, 뼈도... 귀, 눈, 그래 심장... 심장이 갖고 싶어... 낙인이 있는 한... 그 낙인이 있는 한... 도망칠 순 없어. 어디에 있다해도 넌 우리들의 것. 너의 분노도 슬픔도 고통도... 전부 우리들의 것...!! 너의 공포도...!!”